부모와 자식은 상당한 인연이고 운명적이기도 하다. 분리하려 해도 분리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자식을 소유물처럼 생각하는 부모도 있다. 그러나 자식은 부모와는 별개의 인격체다. 각자 걸어가야 할 인생길이 다르다.
　자식에 대한 과보호는 자식의 인생길에 대한 커다란 장애물이다. 자식은 일정 나이가 되면 자신의 인생길을 스스로 걸어가도록 하여야 한다. 부모는 일정 기간 자식들이 힘겹게 홀로 서는 모습을 못 본 체 할 필요가 있다. 역경을 스스로 극복하여야 험난한 세상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자식이 한 인격체로서 부모와 독립하고자 하는 노력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격려가 필요하다. 배은망덕이라는 용어를 들이대는 것은 성숙된 자세가 아니다. 자녀에 대한 지나친 사랑은 일종의 폭력일 수도 있다. 드넓은 세상을 향하여 웅비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험난한 인생길에서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믿고 의지할 부모가 존재한다는 것은 든든한 일이다. 그러나 조금만 어려워도 부모에 의지한다면 독립된 인간으로 살아가기 어렵다. 부모가 자녀를 끝까지 책임질 수는 없다. 자녀는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성경 말씀은 자기 자신이나 가족만 사랑하지 말고 이웃도 배려하라는 의미다. 자기 자신이나 가족에 대한 사랑 없이 이웃에 대한 사랑만 있다면 위선이거나 지독한 이기주의라고 할 수 있다. 가족은 서로 상당히 인연이 깊고 친밀한 관계이므로 오히려 소홀히 대하는 경향이 있다. 가족에 대한 사랑은 너무 당연하다고 여겨 통상 고마움을 표현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고마움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 미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워한다는 것은 은연중에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이다. 가족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표현할 일이다.
　인생길은 험난하고 고달프다. 따라서 가정은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어야 한다. 인생길에서 상처받은 몸과 마음을 가정에서 사랑으로 감싸 주어야 한다. 그러나 마음속의 감정을 가족들이 낱낱이 모두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방적인 사랑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서로 노력할 일이다.
　가정은 보금자리여서 모험을 시도하기 어렵다. 독립을 하려면 만반의 준비를 갖춘 후 운명을 하늘에 맡기고 탈출을 감행하여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길을 힘차게 걸어가야 한다. 탈출이 어설프거나 모험이 성공하지 못하면 가정의 안전도 흔들린다. 모험이나 독립의 결과는 오로지 자신이 감당하여야 한다.
　자식이 병으로 사투를 벌일 때 부모는 눈물로 밤을 지새운다. 그러나 부모가 사투를 벌일 때 자식들은 비난받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그러나 자책하지 말자. 원망도 하지 말자. 이것이 인생인 것을. 불완전한 인간의 한계인 것을.
　부모와 자식 관계 성립을 미리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만으로 이 지구를 채우려는 것이 신의 뜻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