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을 것인가 VS 지킬 것 인가, 행정당국- 환경단체 맞서숨 쉴 틈 없는 공릉천 뚝마루…공릉천 하구, 보존대책 시급
환경단체- 습지보구역으로 재 지정, 관리되어야
기후 위기가 전 세계를 흔들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는 더 이상 예외적인 재난이 아니라 일상이 되었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세계는 '환경친화적인(Nature Positive)'을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개발 중심의 관행이 반복되며,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파주에 위치한 공릉천 하구가 대표적인 사례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생명의 경계'
공릉천은 임진강의 지류이자 한강하구로 흘러드는 국가하천이다. 영천배수갑문 하류에서 시작되는 하구 구간은 조수의 영향으로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기수역으로, 이 지역은 생물다양성의 보고로 손꼽힌다.
공릉천친구들(대표 조영권)에 의하면 공릉천 하구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기종인 개리와 저어새, 재두루미가 정기적으로 찾는 서식지다. 여름철에는 멸종위기종인 뜸부기가 인근 송촌리의 논에서 번식하며 공릉천을 오간다. 수원청개구리, 금개구리, 삵, 붉은발말똥게, 누룩뱀 등 국가 보호종과 고유종이 공릉천 일대에 서식하고 있으며, 이 중 일부는 서식지 감소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또한 공릉천은 국내 500여 종의 조류 중 약 4분의 1이 번식<월동<통과하는 경유지로 확인되고 있으며, 파주 청소년탐조연대는 지난 5년간 160여 종의 조류를 관찰했다고 밝혔다. 이는 공릉천이 단순한 하천이 아닌, 동아시아 철새 이동 경로(EAAF)의 핵심 노드이자 국제적으로도 보호받아야 할 생태적 보물임을 입증한다.
흙길이 생명의 길…둑마루 콘크리트화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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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 |
그러나 이러한 생태적 보고가 하천 정비사업이라는 이름 아래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은 '200년 주기 홍수 대응'을 이유로 공릉천 둑마루를 콘크리트로 포장하는 공사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시민사회와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기존의 둑마루 흙길은 붉은발말똥게, 말똥게, 누룩뱀, 구렁이 등 다양한 생물들의 이동 통로로 기능해 왔다. 흙길은 동시에 파주 시민들에게 산책과 휴식의 공간이자, 자연과의 교감을 이어온 소중한 일상이었다. 그러나 콘크리트 포장이 진행된 이후, 생물 이동은 차단되고, 기존 서식지는 생태계 교란종인 단풍잎돼지풀로 점령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공사 과정에서 생물들의 주요 이동 경로였던 자연수로는 깊이 2.5m, 폭 2m의 U자형 배수로로 바뀌며 '죽음의 수로'로 변질되었고, 이후 시민들의 항의에 따라 동물 이동용 수로 덮개를 뒤늦게 설치하는 등 뒷북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왜 공릉천 하구는 '습지보호지역'이 되어야 하는가
공릉천 하구의 생태적 가치는 단순히 지역적 특성을 넘어, 국가적 차원의 보호가 필요한 수준이다. 이미 장항습지와 산남습지가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으며, 공릉천 영천배수갑문 하류지역 역시 지정 후보지였으나 2006년 당시 파주시의 반대로 제외된 바 있다.
현재의 공릉천 하구는 생물다양성, 생태경관, 기수역의 독특한 생물계 구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습지보호지역으로 재지정되어야 마땅하다. 이는 국제적인 생태 보전 흐름과도 궤를 같이한다. 람사르협약, 유엔생물다양성협약(CBD) 등 국제협약에서도 철새와 기수역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공릉천 하구는 이러한 기준에 부합하는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공릉천친구들과 시민사회는 수년간 파주시와 환경부에 생태 중심의 하천 관리 방안을 요구해왔다. 콘크리트 포장을 일부 수용하되, 남은 구간만큼은 흙길로 보존하자는 절충안도 제시했지만, 한강유역환경청은 "설계대로 진행할 뿐"이라는 입장만을 고수했다. 이에 시민들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공릉천 하구의 전면적인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더 이상 개발과 정비라는 미명 아래 생명을 죽이는 하천사업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강은 그저 흘러가는 물줄기가 아니다. 수많은 생명들이 그 흐름 속에서 살아 숨 쉬며, 생태계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공릉천 하구 역시 그 흐름의 일부로, 철새와 희귀종이 쉬어가는 쉼터이자 사람과 자연이 만나는 귀중한 공간이다. 콘크리트로 덮는 개발이 아닌, 생명과 공존을 선택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릉천 하구는 지금, 보호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박수정기자 qoooo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