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 칼럼] 조변석개(朝變夕改)의 정치, 피해는 시민의 몫
    • – 파주시청사 이전 철회,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
    • 김경일 파주시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파주시청 이전 계획을 철회하고, 현 청사를 증축·리모델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향은 바르게 잡은 것 같지만, 너무 늦었다. 무엇보다, 그간의 혼란과 갈등, 막대한 예산 낭비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조차 없었다는 점에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기자회견은 마치 파주발전을 위해 새로운 정책을 내놓는 것 인양 분위기를 띄웠다.하지만 정작 먼저 나와야 했던 말은 죄송하다는 한마디였다.

      특히 금촌동 주민들에게는 물론이고 운정 주민들에게도 그래야 했다. 김 시장은 후보 시절, 시청을 C3블록(현 주말농장 부지)로 이전하고, 현 청사 부지에는 서울대병원을 유치하겠다는 굵직한 공약을 내걸었다. 이는 파주시민들의 표심에 큰 영향을 미쳤고, 운정 지역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되었다.

      그러나 그 공약은 금촌 지역 주민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당시 김경일 OUT”이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이 상점마다 부착됐고, 시민 낙선 운동까지 벌어졌다. 시청 이전 이슈로 인해 금촌 도심은 3년간 개발이 멈추고, 도시의 시계는 멈춰 섰다. 투자도 사라졌고, 지역 상권은 침체의 길을 걸었다. 공약 하나가 지역 공동체를 어떻게 갈라놓고 쇠락시키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모든 갈등의 과정에서 수억 원의 시민 혈세가 소리 없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시청 이전을 위한 공청회, 토론회, 연구용역 등을 추진하기 위해 결성된 시청사 이전 공론화추진위원회역시 결국 명분 없는 예산 낭비로 마무리됐다.

      그 결과, 시는 3년을 허비했고, 시민들은 허탈함만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일말의 반성이나 사과 없이 예산 절감민생 안정이유로 정책 전환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정책의 실패를 덮기 위한 정치적 변명에 불과하다. 시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출범한 시장이 차기 선거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주요 공약을 조변석개식으로 없던 일로 만드는 모습은, 파주시 행정의 무책임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나 다름없다. 어찌보면 중대한 공약사항을 당선되고 나서 변경한 것이기에 시민단체가 들고 일어나 "주민소환"운동을 벌여야 할 정도의 사안임에 틀림없다.

       

      이전 시장이 추진한 제2청사 계획 역시 김 시장의 당선 이후 백지화되었고, 그에 따라 매입된 건물과 관련 예산은 또 다른 낭비로 이어졌다. 결국 무능한 행정으로 파주시민들의 행정 불편은 7~8년 이상 격게 됐다. 그 책임 역시 김 시장의 무책임한 공약 변경에서 비롯되었다.

      금촌의 한 시민은 이렇게 말한다.

      시청 이전은 애초에 무리한 공약이었고, 그로 인해 찬반 여론이 갈리며 3년간 시간과 예산이 낭비됐다. 지금 와서 현 청사부지에 증개축을 한다니 다행이지만, 고통받은 시민들에게 사과조차 없는 정치인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

       

      시청사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시민과 행정을 잇는 신뢰의 상징이며, 지역 균형 발전의 중심축이다. 그런 상징적 공간을 정치적 계산에 따라 쉽게 바꾸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돌아서는 지도자를 시민들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다가오는 선거에서 시민들은 이 질문을 던질 것이다.

      정치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공약은 왜 존재하는가.”

      조변석계(朝變夕改), 아침에 바꾸고 저녁에 또 바꾸는 정치는 시민의 삶과 신뢰를 담보로 한 기만행위일 뿐이다. 이제 파주는 그 대가를 묻고, 책임을 물어야 할 시간이.

    Copyrights ⓒ 시민연합신문 & www.pajuilbo.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확대 l 축소 l 기사목록 l 프린트 l 스크랩하기
시민연합신문로고

시민연합신문(주) 대표자명: 이정구 | 제호: 고양파주시민연합뉴스 | 주소: (10923)파주시 문화로 32 창은빌딩 3층 |
신문등록번호:경기 다 00578호 |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경기,아50971 | 신문등록일자 : 2000년 3월 27일 | 창간일 2000년 4월 26일
발행인 : 고기석, 편집인 고기석 | 청소년보호책임자: 김귀섭 | 대표전화 : 031)944-2800 | FAX : 031)941-0999 | 이메일 : koks7@daum.net
"본 사이트의 기사를 무단으로 도용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