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서전을 발간하게 된 계기는 딱 하나다. 나한테, 우리한테, 범법자라는 프레임을 씌운 채 인간 대우를 안 하는 김경일 파주시장에게, 너무 분하고 원통하고 억울해서다. 포주도, 범법자가 아니라, 살아있고 자존심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을 뿐이다.”
‘용주골이 승리했다’를 선언이라도 하듯 25년간 용주골에서 포주 생활하던 이계순씨가 “나는 포주다”라는 책을 펴내 화제가 되고 있다.
3일 프리마루체(파주시 문산읍)에서 ‘나는 포주다’ 저자 이계순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남경남 전국철거민연합회 의장, 전만규 매향리대책위원장, 최창호 파주시의회의원, 손배찬 파주시장 출마예정장, 박명수 소상공인회 회장,노성구 연풍2리 이장과 마을주민, 집창촌 여성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축하했다.
이날 축사로 나서 인사들은 용기 내어 쓴 이계순 작가를 칭찬하기도 했지만 정부차원에서 조성된 집창촌이 김경일 시장의 막무가내식 폐쇄에 우려의 목소를 내기도 했다.
이 책을 추천한 김용한 문학박사는 “이계순의 ‘나는 포주다’는 한 여성 포주의 일대기를 넘어, 대한민국이 어떻게 걸어왔는지 그 한 단면을 보여주는 역사책이기도 한다. 전기도 문학이라는 점에서 문학적인 가치만으로도 전혀 딸릴 게 없다”라고 말했다.
남경남 전국철거민연합회 의장은 “파주시가 또 다른 포주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포주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구조적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쟁이 집창촌을 만들었고 그 속에서 수많은 삶이 형성됐다”며 구조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만규 매향리대책위원장은 “이 책은 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기록”이라며 “우리가 반드시 돌아보고 고민해야 할 문제를 던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지역주민은 “그동안 용주골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범법자로 규정하고 대화조차 하지 않은 시장이 시민을 위한다는 사람인지 묻고 싶다”며 “진정한 승자는 용주골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파주시 행정을 향한 비판도 이어졌다. 일부 참석자들은 “시민의 편인지, 시장의 편인지 묻고 싶다”며 “일방적인 정책 추진이 갈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행정은 단속과 배제가 아니라 소통과 공존을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편 이계순 저자는 과거 지역사회 봉사활동과 경로잔치 등을 통해 시민들과 교류해 온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이번 저서를 통해 자신의 삶과 포주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정면으로 제기했다.
이날 출판기념회는 단순한 책 소개를 넘어, 파주시 용주골 문제와 생계, 인권, 도시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복합적으로 드러난 자리로 평가된다. 향후 행정과 당사자 간의 대화와 해법 모색이 중요한 과제로 남게 됐다.
고기석 기자 koks7@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