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이 리더십 부재 논란 속에 월드컵 조기 탈락이라는 뼈아픈 성적표를 받았다. 세계적인 축제인 이번 월드컵에서 홍명보 감독의 잘못된 결과가 대한민국 온 국민의 여망을 저버리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러한 리더의 덕목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 김경일 시장 퇴임식에서 볼 수 있었다.
김경일 시장은 지난 6월 30일 4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식을 가졌다. 퇴임사를 낭독하던 김 시장은 수차례 울음을 터뜨리며 퇴임사 중간중간 끊기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내는 장면이 연출됐다. 과연 그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 울음을 보고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취재기자로서 느낀 소회는 리더자로서 보여서는 안되는 눈물이었다.
자화자찬으로 점철된 퇴임사를 하면서 왜 울어야 했을까.
퇴임사는 그동안의 과오를 돌아보고 시민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소회여야 한다. 그러나 김 시장의 퇴임사는 철저히 '자화자찬'으로 일관했다. 임기 중 파주시가 겪었던 수많은 갈등과 실책은 철저히 배제된 채, 자신의 치적만을 나열하는 모습에서 리더로서의 성찰은 찾아볼 수 없었다.
파주시민들이 기억하는 지난 4년은 고단함의 연속이었다. '황제 수영' 논란으로 파주시의 명예는 실추되었고, 시청 이전 공약은 금촌 주민들의 생존권을 흔들며 지역 갈등을 증폭시켰다. 출판기념회를 두 번이나 개최하며 책값을 받아 챙긴 행태나, 단수 사태 당시 보여준 무능한 대처는 시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특히 용주골 집창촌 폐쇄 과정에서 강행된 일방적 행정은 마을 주민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사에는 광고를 배제하며 적대시했고, 선거 당시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단체에는 예산을 삭감하는 등 소위 '내 편 챙기기'와 '편 가르기' 행정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측근이 운영하는 카페에 수시로 드나들며 구설에 오르내린 점 또한 공직자로서의 도덕적 해이를 의심케 하기에 충분했다. 눈물의 진짜 의미는 무엇인가.
시민들이 겪은 이 고통스러운 시간 들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나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네지 않은 채, 홀로 울음을 터뜨리는 시장의 모습은 마치 손에 쥔 알사탕을 빼앗겨 우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으로 비쳐 기괴하기까지 했다. 그 눈물은 시민을 향한 미안함이나 더 나은 파주를 만들지 못했다는 회한의 눈물이 아니었다. 오히려 4년이라는 권력의 자리를 내려놓는 것에 대한 서러움, 그리고 그 권력을 더 이상 행사할 수 없다는 분함과 억울함의 발로로밖에 읽히지 않았다.
리더는 자신의 감정을 분출하는 자리가 아니라,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는 자리다. 자신이 저지른 과오로 인해 누군가 흘렸을 눈물을 먼저 닦아주었어야 할 사람이, 끝까지 자신의 서사만을 앞세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서 우리는 김경일이라는 사람의 인격의 깊이를 다시 한번 들여다 보는 계기였다.
결국 리더십의 본질은 '함께하는 이들에 대한 책임감'이다. 성적 부진으로 국민의 비난을 받는 감독이나, 임기 내내 갈등을 유발하고도 퇴임식에서 자화자찬의 눈물을 흘리는 시장이나, 시민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결코 다르지 않다. 진정한 리더는 박수를 받을 때 떠나는 사람이 아니라, 떠나는 순간 시민들의 마음속에 깊은 여운과 위로를 남기는 사람이어야 한다. 김경일 시장의 퇴임식은 파주시민들에게 리더의 자격이 무엇인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한 씁쓸한 풍경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