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결국 현실이 됐다. 파주시가 막대한 시민 혈세를 투입해 출범시킨 K리그2 파주 프런티어FC가 프로리그 참가 첫해부터 선수단 급여조차 걱정해야 하는 심각한 재정위기에 빠졌다.
보도에 따르면 프런티어FC는 올해 60억여 원의 시 보조금을 지원받고도 10월 급여 약 3억 원을 마련하지 못해 파주시에 연말까지 10억 원의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시는 고강도 구조조정 없이는 추가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가 막힐 일이다. 60억 원이라는 시민 혈세에 각종 후원금까지 받고도 불과 몇 달 만에 “선수들에게 줄 돈이 없다”며 다시 시민의 호주머니를 바라본다면 시민들이 분노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프런티어FC는 출범 과정부터 적지 않은 우려를 안고 있었다.
전임 김경일 시장은 임기 말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둔 시점에서 파주시민축구단의 K리그2 진출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당시 시민사회와 파주시의회 일각에서는 안정적인 대표 스폰서와 자체 수익 기반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프로구단을 출범시키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결국 막대한 운영비를 시민 세금으로 떠안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데는 1년도 걸리지 않았다. 당시 시가 제시했던 재정 전망과 준비가 얼마나 현실적이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김 전 시장은 당시 시민단체 등이 파주시의회에서 마련한 K리그2 관련 토론회에 예정에 없이 참석해 “이런 토론회가 열린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K리그2 진출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또
K리그2 진출을 도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공공투자’라고 강조하며 2026년이 진출의 적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을 보면 당시 장담했던 재정계획과 수익모델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프로화 과정에서 세웠던 재정계획과 조직 규모, 선수 영입, 후원사 확보, 자체 수익 창출 방안이 과연 현실성이 있었는지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
특히 전임 시정에서 구성되고 선임된 단장을 비롯한 운영진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 해 60억 원 규모의 시 보조금을 지원받고도 불과 몇 달 만에 선수단 월급조차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경영 전반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따져야 한다.
단장을 비롯한 운영진에 대한 대대적인 인적쇄신도 필요하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그대로 자리를 지키면서 선수단만 줄이고 부족한 돈을 다시 시민 세금으로 메우는 것이 구조조정이라면 시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파주시 감사가 들여다보고 있는 선수 36명과 직원 18명의 조직 규모가 적정했는지, 선수 영입과 연봉 책정은 합리적이었는지, 각종 공사와 사업비 집행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감사가 마무리되면 그 결과도 시민들에게 소상히 공개해야 한다.
프로축구단은 시민에게 자긍심과 즐거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시민의 자긍심’이라는 명분이 무한정 시민 혈세를 투입해도 된다는 면죄부일 수는 없다.
스스로 살아남을 경영계획도, 책임지는 운영진도, 확실한 재정 건전화 방안도 없다면 파주 프런티어FC를 계속 존치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임 시정의 프로화 추진 과정부터 현재의 경영 실패까지 전면적으로 되짚어야 한다. 강도 높은 인적쇄신과 구조조정, 확실한 자구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예산 먹는 하마’라는 비판을 받는 파주 프런티어FC의 존폐 문제까지 시민 앞에 공개적으로 올려놓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시장 취임과 함께 구단주가 된 현 손배찬 시장의 고민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전임 시정에서 추진한 사업이라는 이유로 문제점을 알면서도 끌려가서는 안 된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지속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사업에는 과감하게 메스를 대는 결단도 필요하다.
시민의 혈세는 실패한 경영을 아무런 조건 없이 구제하기 위한 돈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고기석 기자 koks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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