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 행정 수반의 거듭된 논란이 지역사회를 유례없는 갈등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최근 불거진 호남 비하 발언은 단순히 개인의 돌발적인 실언을 넘어, 그간 파주시정이 보여온 편협한 시각과 권위주의적 행태의 연장선에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54만 파주시민의 안녕과 화합을 책임져야 할 시장의 입에서 특정 지역을 폄훼하는 발언이 나왔다는 사실은 행정 수반으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이번 사태는 과거 ‘황제 수영’ 논란으로 뭇매를 맞았던 전례와 궤를 같이한다. 당시 시민들의 공분을 샀던 특권 의식은 여전히 시정 곳곳에 스며들어 있으며, 이는 정당한 의정활동을 수행하는 시의원을 상대로 한 무리한 고발 행태로까지 이어졌다. 혐의조차 불분명한 사안을 빌미로 시의원을 압박하는 것은 대의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의정활동을 위축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을 볼 때, 이번 호남 비하 발언은 결코 우연이 아닌 평소의 왜곡된 행정 철학이 투영된 결과물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파주시장의 발언은 개인의 사담이 아니다. 그것은 54만 파주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공식적인 무게를 지닌다. 특히 파주에는 수많은 호남 출신 시민들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경제와 문화 발전에 헌신하며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고 있다. 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지역 갈등의 불씨를 지핀 행위는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지역 통합을 이끌어야 할 시장이 도리어 분열의 선봉에 서는 작금의 현실은 파주시 행정의 비극이다.
파주시 호남향우회 최창섭 총회장이 연합회의 강경한 입장을 전달하며 ‘7일 이내 서면 답변’을 요구한 것은 상처 입은 호남인들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파주시는 더 이상 침묵이나 형식적인 해명으로 사태를 모면하려 해서는 안 된다. 행정 수반은 자신의 발언이 지닌 무게를 직시하고, 상처 입은 시민들 앞에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진정한 리더십은 권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시민에 대한 존중과 공감에서 시작된다. 파주시장은 지금이라도 독단적인 행정과 편향된 시각을 버리고, 54만 시민 모두를 아우르는 통합의 행정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시장의 공식적인 답변이 파주시가 화합의 길로 나아갈지, 아니면 더 깊은 갈등의 수렁으로 빠질지를 결정짓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고기석기자 koks7@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