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의회가 끝내 시민을 배신했다. 집행부의 부당한 행태를 규탄하고 의회의 권한을 지키자는 결의안조차 채택하지 못한 채 스스로 감시와 견제 기능을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이제 제8대 파주시의회는 ‘죽은 의회’, ‘식물의회’라는 오명을 자초하며 시민의 대표기관이라는 이름마저 무색해졌다.
지난해 10월부터 진행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사무 행정사무조사는 의회의 합법적 권한 행사였다. 시의회는 증인신문과 자료제출 요구 등 법이 정한 절차를 거쳐 결과보고서를 채택했고 파주시에 이송했다. 그러나 파주시는 결과를 무시하고 시정조치에도 나서지 않았다. 더 나아가 조사특위 위원장을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형사 고발하는 초유의 만행을 저질렀다. 이는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권한을 정면으로 짓밟는,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의회가 집행부의 무도한 행태를 규탄하고자 결의안을 준비했지만, 정작 다수 의원들은 집행부의 편에 서서 결의안 채택을 가로막았다. 일부는 아예 집행부의 고발을 옹호하며 동료 의원에 대한 처벌까지 요구했다. 이는 의회의 자해 행위이자, 스스로를 집행부의 2중대로 선언한 꼴이다.
이익선 의원은 본회의에서 “파주시의회는 시민의 대의기관이기를 포기했다. 집행부에 기대어 권력을 유지하려는 의원들의 행태는 참담하고 부끄럽다”며 날을 세웠다. 그의 발언은 파주시의회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냈다. 시민을 대신해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의회가 오히려 권력의 하수인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의회와 집행부 간 갈등이 아니라 지방자치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 사건이다. 시민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합법적 조사활동이 형사고발로 돌아오고, 의회가 이를 막아내기는커녕 오히려 동조하는 현실은 민주주의의 붕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주시의회는 이제 더 이상 시민을 대변한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
제8대 파주시의회는 스스로를 ‘죽은 의회’로 만들었다. 시민의 뜻을 외면하고 권력을 두려워하며 집행부의 방패막이가 된 의회, 그것이 오늘의 파주시의회다. 이 치욕스러운 기록은 오랫동안 시민들의 기억 속에 남을 것이며, 그 책임은 의회를 무력화시킨 의원 개개인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고기석 기자 koks7@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