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 탄현면에서 열린 제9회 삼도품 평화축제는 본래 화합과 평화를 노래하는 자리였다. 무대 위에서는 음악과 춤이 어우러지고, 무대 아래에서는 파주기관 단체장, 탄현면 사회단체장이 함께 비빔밥을 비비며 ‘하나 됨’을 상징하는 이벤트가 펼쳐졌다. 큰 주걱을 들고 웃음을 나누던 그 장면은 분명 축제의 정신을 잘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비빔밥을 비벼놓고 비빔밥의 의미를 퇴색 시킨 사람들이 있다.
행사 후 함께 비빔밥을 먹는 자리에서 김경일 시장과 마주보는 맞은편에는 안명규 도의원(국), 박은주·이혜정 시의원(민)이 자리를 했다. 이들은 식사를 하면서 끝까지 한마디 말을 섞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한 식탁에 앉아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개인적 불편함을 넘어, 파주 정치의 단절된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 한 장면이다. 주민들이 함께 비빔밥을 비비며 하나 됨을 외칠 때, 정작 지도자들은 마음을 섞지 못하고 따로 국밥처럼 나뉘어 앉아 있었던 셈이다.
더욱 뼈아픈 것은 ‘삼도품’의 의미도 퇴색시켰다는 것이다. 삼도품은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 더 큰 조강을 이루어 서해로 흘러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로 다른 물줄기가 만나 더 넓고 힘찬 강이 되듯, 지역의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 생각들이 어우러져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날 보여준 지도자들의 모습은 이 정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합쳐져야 할 강물이 갈라지고, 하나 되어야 할 흐름이 막힌 듯한 인상을 남겼다.
정치인의 역할은 단순히 정책을 내놓는 데 있지 않다. 시민과의 소통, 동료 정치인과의 협력, 그리고 때로는 불편함을 넘어서는 대화의 용기가 그 본질이다. 시장이 도의원, 시의원과 대화조차 나누지 못하는 관계라면, 파주의 큰 어른(市長)으로 불려야 할 시장이 제 위치를 찾지 못하고 있거나, 어른으로서 화합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는 단면을 보여준 셈이다.
삼도품 축제의 정신, 그리고 비빔밥의 의미는 ‘섞임’이다. 나물과 고명이 어우러져 맛을 내듯, 서로 다른 강물이 합쳐져 큰 강을 이루듯, 다양한 생각과 정치적 입장이 섞여야 건강한 도시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김경일 시장은 도의원들이 잠재적 경쟁자라 해서 멀리하고 있고, 시정에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로 그런 시의원하고는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김경일 시장은 소통을 외치고 말로는 민생을 외치며 주민들을 위한다고 하지만 그보다 먼저 주민의 뜻을 대변하는 도의원, 시의원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소통이 없는 정치는 독선이고 독재 일 뿐이다. 주민들은 화합을 외치고 있는데, 김경일 시장은 편가르기식 분열을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축제의 비빔밥은 잘 섞여야 제 맛이 난다. 삼도품의 강물도 합쳐져야 큰 길을 낸다. 파주의 정치 또한 다르지 않다. 서로 다른 색깔이 모여 진정한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행복한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이번 축제장에서 드러난 ‘따로 노는 지도자들’의 모습은 파주 정치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시장의 정치행태로 인해 시의회내부도 친김 반김으로 갈라져 있다. 파주시의회에서 과반을 넘는 친김 시의원들이 K2프로축구 승격문제, 용주골 건물매입 68억 시 예산 승인, 파주시의 손성익 시의원 고발 건 , 이익선 시의원이 제안한 의회민주주의 수호 결의안 등 시장의 의지가 담긴 정책을 시의원들이 전혀 견제를 못하고 거수기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그래서 제기능을 상실한 시의회가 욕을 먹고 있고, 특히 친김에 속해 있는 국힘 4명이 지탄을 받고 있다. 시장은 내년 선거를 겨냥해 성과를 내기 위해 민생이니, 성 평등 등을 내세워 무리한 정책을 밀고 나갈 것은 뻔한 일이다. 그렇게 무리해서 곳곳에서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김경일 시장은 개인의 성과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모두가 행복한 파주사회를 위해 다시 한번 비빔밥과 삼도품의 진정한 의미<함께와 섞임>를 되새겨 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