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시대 철학적 통찰을 담은 『존재와 어울림』 출간
    • 언론인 출신 철학자 박정진의 AI시대 인문학 시리즈1…‘제4의 타자, AI시대의 에티카―존재와 어울림’은 뭘까
    •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인간은 앞으로 타인과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고 상대하면서 살아야 할까. AI는 지금까지 인류역사에서 한 번도 없었던 제4의 타자(他者)이다. 첫째, 타자가 나(I)와 다른 사람, 즉 남이다. 둘째, 타자가 자연(nature)이었다. 셋째, 타자가 흔히 절대타자라고 말하는 혹은 믿는 신(神, God)이다. 그리고 여기에 네 번째로 등장한 존재가 바로 AI이다.

      지금까지 인간의 뇌는 인간의 신체 속에, 신체의 일부로 있었다. 비록 뇌가 신체를 움직이는 신경중추였다고 하더라도 엄연히 신체 속에 있는 명령자였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이제 인간의 신체 밖으로 나왔다. 말하자면 밖으로 나온 뇌가 바로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뇌의 작동원리를 모델로 만들어졌다.

      언론인 출신 철학자인 박정진이 AI시대를 맞아 앞으로 인간이 타인과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고 상대하면서 살아야 하는가 하는 고민을 담은 책 『존재와 어울림』(박정진/신세림/2만8000원)을 내놓았다.

      AI의 발전 속도는 엄청나다. 이른바 기하급수적 성장(Exponential Growth)이라고 말한다. 범용인공지능(AGI)이 나오면, AI가 인간의 사고능력을 넘어서 임계점에 도달해 질적으로, 의식과 영성을 포함한 존재로 도약할 것이라고 한다. 인간의 생각과 노동의 많은 부분을 혹은 대부분을 인공지능이 차지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인공지능도 이제 신체를 가지고자 욕망한다. 로봇들인데 이를 피지컬(physical) AI, 휴머노이드(humanoid)로 불린다.

      AI시대에, 인간을 닮은 AI가 많이 등장하면 할수록 역설적으로 몸을 가진, 신체를 가진 인간에 대한 의미가 새롭게 다가올 것으로 예측된다. 직접 스스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신체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AI의 최대 약점은 아무리 데이터가 많아도 스스로 경험한 것이 없다는 점이다. AI는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것을 수학적으로 계산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AI가 어떠한 입력과 출력을 하더라도 그것은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다.

      철학이 존재를 묻기 시작한 이래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끊임없이 반복돼 왔지만 그 반복 속에서 정작 중요한 바탕은 종종 사라졌다. 그 바탕이란 바로 존재는 말 이전에 감응으로 드러난다는 사실, 즉 존재는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느껴지는 것’이라는 근본적 체험적 차원이다. 서구 철학은 존재를 해명하려는 순간, 존재를 인간의 사유 체계 속으로 집어넣었고, 그 결과 존재를 사고(思考)의 대상, 혹은 언어적 지시 대상(ob-ject)으로 고정시켰다. 그 과정에서 존재는 정적(靜的)이고 구조화된 실체가 되었다.

      그러나 존재는 정지된 실체가 아니라 감응·소리·바람·리듬·살갗·맥박 속에서 끊임없이 흘러가며 드러나는 것이다. 우리는 이 움직임을 잃어버렸다. 존재는 인간의 머릿속에서만 작동하는 것으로 오해되고, 존재는 ‘내가 이해해야 존재한다’는 관념으로 축소되었다. 감재적 존재론은 바로 이 잃어버린 존재의 문을 다시 열기 위한 철학적 시도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하이데거는 존재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도구적 존재’을 전제하여 손으로 잡는, ‘손-안에-있음’, 즉 용재적(用在的) 존재(zuhandensein)와 눈으로 보는, ‘눈-앞에-있음’, 즉 전재적(前在的) 존재(vorhandensein)의 순서로 논함으로써 손으로 잡지 못하면 불안에 빠지고 그 다음에 눈으로 보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간의 보편적 존재이해방식은 눈으로 보고 그 다음에 손으로 잡는 순서로 존재를 대한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세계 철학자로서는 처음으로 “사물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향유하는 경지의 이해방식을 '감재적(感在的) 존재(Affective-Sensory Being: 어울림의 존재)'를 주장하고, 철학적 개념으로 명명했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하이데거의 현존재는 세계-내-존재(천지중인간)로 이어지는 데 반해 박정진의 존재론은 존재-내-세계(인중천지일)로 이어진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세계는 지금도 울리고 있다.” “세계는 지금도 어울리고 있다.” 이 말은 세계는 지금도 공명(共鳴)하고 있다는 말이다.
      지난 2012년 ‘소리철학’(『소리의 철학, 포노로지』)을 주장한 바 있는 박정진은 2023년에 순한글철학, 순우리말철학(『재미있는 한글철학』 『한글로 철학하기』)으로 ‘알-나-스스로-하나’ 즉 ‘알-존재론’을 발표했다. ‘알-존재론’에서 존재의 완성으로서 ‘하나’(하나 됨)를 주장했는데 그 ‘하나 됨’이 2025년 다시 깊이를 더하고 탈바꿈되어 완성된 모습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하나 됨’의 내용을 울림, 혹은 어울림의 철학으로 정리하고 있다. 말하자면 울림, 혹은 어울림의 존재론을 서술한 책이다

      이 책의 부제(副題) ‘제4의 타자, AI시대의 에티카―존재와 어울림’은 존재를 감각하는 것에서 출발하고, 존재의 감응을 통해 세계를 경험하며, 존재가 인간에게 도달하는 방식을 새로 정립한다. 감응적 존재론은 우리말로 ‘어울림(울림)의 존재론’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감응적 존재론이 등장하게 된 역사적·문명적·철학적 맥락을 다원다층의 논리적 층위를 가지고 풀어내고 있다. 종합적으로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을 말했지만 박정진은 ‘존재와 어울림’을 말하고 있다. 감응존재론의 탄생도 철학의 시대적 요청인 셈이다.

      저자는 2012년 『철학의 선물, 선물의 철학』, 『소리의 철학, 포노로지』를 통해 자생철학의 깃발을 들었으나 철학계의 체질적인 사대주의와 식민주의로 인해 빛을 보지 못했다. 이에 지식인은 물론이고, 대중적 설득을 위해 10여권에 이르는 방대한 철학 책들을 펴내왔다. 그러나 큰 성과는 없었다고 하는 것이 그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면서 그는 “혹시 한국인은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는, 철학하지 못하는 민족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심지어 남의 철학을 자신의 철학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기도 하다”고 한다.

      저자 박정진은 말한다. “철학에 관한 한 ‘노예민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때는 쇼펜하우어가 유행하다가, 칸트로 이어졌고, 요즘은 또 니체가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주인이 없으니 주인(기둥서방)을 계속해서 갈아치울 수밖에 없다. 불행하게도 니체의 주장대로라면 한국인은 ‘주인 민족’이 아닌 ‘노예민족’이다.”

      이번에 펴내는 그의 시리즈 책들은 AI를 제자 삼아 그동안의 철학적 성과를 시각을 달리해서 집대성했다. 한국의 자생철학의 성립 여부를 판가름하는 시금석이 되는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의 철학이 없는 나라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이것이 독자들에게 보내는 저자의 간절한 마지막 진언이다.
      수경(水鏡)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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