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벌 성매매집결지, 이른바 용주골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뜨겁다. 『나는 포주다』 출판기념회 참석 여부를 두고 정치인과 시민사회가 충돌하는 장면은, 이 문제가 단순한 찬반의 문제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명확하다. 출판기념회 참석은 비난받아야 할 일인가, 아니면 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접근인가.
성매매는 분명 불법이다. 이 점에서 논란의 출발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불법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현장을 외면하는 것이 과연 책임 있는 태도인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수십 년 동안 유지되어 온 집결지는 개인의 선택만으로 형성된 공간이 아니다. 전쟁 이후 국가와 사회 구조 속에서 만들어지고 묵인되어 온 역사적 산물이다. 그렇다면 그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 역시 단순히 ‘범법자’라는 이름으로만 규정할 수 있을까.
출판기념회 참석을 두고 “성매매를 옹호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그 자리가 실제로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냉정한 판단도 필요하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이해관계자와 직접 대화하는 자리는 정책 형성의 중요한 과정이 될 수 있다. 정치가 현장을 외면할 때 오히려 문제는 더 왜곡된다. 비판은 가능하지만, 모든 접촉을 ‘동조’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다.
더 중요한 것은 용주골 문제의 본질이다. 이것은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그 안에는 생계, 인권, 지역경제, 그리고 국가 책임이라는 복합적인 요소가 얽혀 있다. 단속과 폐쇄만으로 해결될 수 있었다면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을 것이다. 2023년 초, “연내 폐쇄”를 공언했던 김경일 시장의 선언이 무색하게도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는 현실이 이를 반증한다. 결국 필요한 것은 ‘단죄’가 아니라 ‘전환’이다. 종사자들의 생계 대책, 지역 재생, 사회적 낙인의 해소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렇다면 행정은 어떤 선택을 했어야 하는가. 김경일 시장은 무엇이 그리 두려워 그들을 만나지도 대화하지도 안았던 것인가. 만약 보다 이른 시점에 당사자들과 진지한 대화를 시도했다면, 지금과는 다른 결과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당시 집결지 여성들 역시 3년의 시간만 주며 스스로 정리하겠다며 대화를 요구했던 사실은 곱씹어 볼 일이다.
포주로 살아온 이계순 씨가 책을 낸 이유 또한 단순히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함만은 아닐 것이다. 오랜 시간 사회적 낙인 속에 놓여 있던 이들의 처지와, 구조 속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삶의 맥락을 알리고자 하는 일종의 항변이자 기록일 수 있다. 이는 결국 대화의 부재가 만들어낸 또 다른 소통 방식이기도 하다.
행정은 폐쇄를 추진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사람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강제와 낙인이 아니라 대화와 정책으로 접근했어야 한다. 상대를 공격하는 것은 쉬운 길이지만, 이해하고 해법을 찾는 일은 훨씬 어렵다. 그러나 정치와 행정이 선택해야 할 길은 후자다.
용주골을 둘러싼 갈등은 단순한 지역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약자를 어떻게 대하고, 과거의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를 묻는 시험대다. 지금까지의 김 시장의 대응을 보면, 정책의 방향성과 행정 철학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성과 중심의 접근이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시민 간 분열을 초래한 측면은 없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보다 본질적인 질문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누구를 비난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그들을 범법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시민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시민을 나누고 배제하는 식의 행정은 행정이 아니다. 그렇게 하는 시장이 있다면 그런 시장은 시민이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고기석 기자 koks7@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