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은 한 사회의 미래다. 그래서 청소년 정책을 총괄하는 기관의 수장은 누구보다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 그리고 균형 잡힌 가치관을 갖춰야 한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보다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과 미래를 먼저 고민하는 것이 그 자리에 부여된 가장 중요한 책무다.
그런 점에서 전임 김경일 시장 재임 당시 임명된 원희복 파주시청소년재단 대표이사의 행보는 우려를 넘어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그는 경향신문 기자 출신으로 민화협 정책위원과 (사)민족일보기념사업회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문제는 개인의 경력이나 정치적 성향 자체가 아니다. 공공기관의 대표라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자신의 SNS를 통해 정치적·이념적 견해를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기관장의 SNS, 개인 공간만은 아니다
최근 페이스북 게시물만 보더라도 현직 대통령 비판을 비롯해 6·25전쟁에 대한 평가, 6·10민주항쟁과 진보정치, 지방선거 관전평, 특정 정치인에 대한 비판 등 정치적 논평이 잇따르고 있다. 반면 청소년 정책과 진로, 복지, 인성교육, 미래 비전 등 청소년재단 대표로서 고민해야 할 주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에서는 "청소년재단 대표인지 정치평론가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누구에게나 표현의 자유는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장의 표현은 일반 시민의 표현과 같은 무게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대표이사의 말과 글은 개인 의견을 넘어 기관의 가치와 방향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가 아닌 균형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일부 게시물에서 빨치산 등 역사적·이념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다루며 특정한 시각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청소년은 아직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기다. 그렇기에 청소년 정책을 책임지는 기관은 특정 정치 성향이나 이념을 전달하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가치와 민주적 사고를 배우는 공간이어야 한다.
대표이사는 스스로 언행을 절제하고 공정성을 지켜야 할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정치적 논란을 반복한다면 기관의 신뢰는 물론 청소년과 학부모들의 신뢰까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대표이사로서 역량 부족도 도마위에
논란은 정치적 발언에만 그치지 않는다. 청소년재단 내부에서는 직원 간 소통 부족과 주요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의사결정 지연 등 리더십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여러 경로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이러한 내용들이 민선 9기 인수위원회에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표이사의 조직 운영 역량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사실 여부는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이 같은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관장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공공기관은 무엇보다 시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민선 9기 출범 이후 시정 철학과 행정 방향이 달라진 상황에서 전임 시장이 임명한 기관장이 새로운 행정 방향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논란만 반복한다면 시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학부모들의 우려 역시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정치적 목소리 내고 싶다면 한 시민으로 돌아가야
청소년재단 대표이사 자리는 개인의 정치적 신념을 과시하거나 SNS에서 정치평론을 이어가는 자리가 아니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의 수장이라면 자신의 말 한마디, 글 한 줄이 청소년과 시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공직은 권리가 아니라 책임이다. 정치적 목소리를 계속 내고 싶다면 공공기관의 대표직을 내려놓고 한 시민으로서 자유롭게 활동하면 된다. 그러나 청소년재단 대표이사라는 직함을 유지한 채 정치적·이념적 논란을 반복하는 것은 공공기관장으로서 적절한 처신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제는 스스로 거취를 결단하든,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떠밀려 나가든 기로에 서있다. 청소년재단이 정치적 논란의 중심이 아니라 청소년의 꿈과 미래를 키우는 기관으로 다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는 것이 시민들의 공통된 기대일 것이다.
고기석 기자 koks7@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