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수첩] 약국에서 카트를 끄는 사람들… 파주에 부는 ‘약 쇼핑’ 바람, 괜찮을까
    • — 대형약국 잇단 입점에 소비자는 반색… “싸고 많으면 좋은 것” 그 이면을 들여다본다
    • “저렇게 많이 먹어도 되나?”

      얼마 전 방송을 보다 이 생각부터 들었다. 한 연예인이 대형약국에서 비타민 등 건강 관련 제품을 수십만 원어치 구입하는 장면이었다. 제품을 하나씩 살펴보고 카트에 담는 모습이 영락없는 쇼핑이었다. 
      그 장면을 보며 웃고 넘길 수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 파주를 보면 그냥 방송 속 한 장면으로만 넘기기 어렵다. 이미 대형약국이 들어와 있고, 또 다른 대형약국이 입점을 앞두고 있다. 약국이 커지고 있다. 그리고 약을 고르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많이 사는 것’과 ‘제대로 먹는 것’의 차이
      — 신장 질환 가족사에서 배운 의약품·건기식 복용의 신중함

      기자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데에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다.
      아버지가 만성신부전증으로 치료받던 시절, 의료진은 처방받은 약만 살핀 것이 아니었다. 평소 드시던 건강기능식품까지 확인했다.

      그때 가족으로서 배운 것이 있다. 몸에 좋다고 먹는 것과 내 몸에 필요한 것은 같지 않을 수 있다는 것. 특히 신장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게는 복용하는 약이나 섭취하는 성분 하나도 의료진과 상의하며 신중하게 결정해야 했다.

      그래서 대형약국에서 수많은 제품이 한꺼번에 판매되고, 소비자가 직접 골라 담는 모습을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많이 사는 것’과 ‘제대로 먹는 것’은 같은 것일까. 
      비타민 하나를 더 사고, 오메가3를 하나 더 사고, 유산균을 하나 더 담는다고 해서 건강이 그만큼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먹고 있는 약이 있다면 이야기는 더 복잡해진다. 
      같은 성분이 겹치는 것은 아닌지, 함께 복용해도 되는지, 현재 자신의 질환에 적합한지 확인해야 한다.


      대형화 뒤에 숨은 복약지도와 관리의 부재
      — 가격 경쟁 너머 약사의 역할과 파주시 보건 행정의 책임

      소비자가 이 모든 것을 알기는 어렵다. 
      그래서 약국에는 약사가 있다. 특히 병원 진료를 받고 처방전을 들고 찾는 약국에서는 환자의 처방을 확인하고 복용법과 주의사항을 설명하는 일이 단순한 판매보다 중요하다. 

      약국이 대형화되는 것과 별개로, 이 기능이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파주시의 역할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대형약국이 새롭게 들어서는 과정에서 현재 법과 행정이 요구하는 개설등록 요건은 무엇인지, 대형화된 약국의 특성을 고려한 별도의 관리가 필요한지, 개설 이후 의약품 안전관리와 복약지도는 어떻게 점검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것은 특정 약국을 문제 삼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대형약국이 불법이라는 주장도 아니다. 
      소비자는 싼 약국을 선택할 수 있다. 좋은 가격에 필요한 제품을 구입하는 것 역시 소비자의 권리다.

      다만 의약품은 일반 상품과 다르다.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판매 공간이 커질수록 소비자가 무엇을 사고 있는지, 제대로 복용하고 있는지까지 살펴야 할 이유도 커진다.

      더구나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의약품이 한 공간에서 다양하게 판매되는 환경이라면 더욱 그렇다. 지금 파주에서 필요한 것은 대형약국을 무조건 반대하는 목소리가 아니다.

      대형화된 약국을 현행 제도가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답은 책상 위에서 찾을 일이 아니다.

      현장 검증과 전문가 취재로 이어갈 질문들
      — 의사·약사·보건당국 직접 취재… 파주 대형약국 실태 연속 기획 연재 예고

      본지는 앞으로 파주에 들어선 대형약국과 입점을 앞둔 약국의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약국 개설등록 기준과 실제 관리 실태를 살펴볼 예정이다.

      의사에게 묻고 약사에게 묻겠다. 무분별한 의약품 복용과 건강기능식품 섭취가 실제로 어떤 문제가 될 수 있는지도 확인하겠다. 보건당국에는 현재의 관리기준으로 충분한지 직접 답을 듣겠다.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소비자에게 좋은 일이다.
      그러나 건강을 위해 산 물건이 정말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약국에서 카트를 끄는 시대. 이제는 ‘얼마나 싸게 샀느냐’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왜 먹고 있느냐’를 한번쯤 물어야 할 때다. 

      파주의 대형약국 확산을 둘러싼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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