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위기는 남의 일이 아니다”…파주 시민 150여 명, 삶의 현장에서 답을 찾다
    • 30개 단체 운정호수공원 집결…개발·소각장·생태·노동·평화까지 지역 현안과 기후위기 연결
    • 파주 30개 단체150여 시민 운정호수공원에서 기후정의와 평화의 함성 울리며 행진하는 모습 시민네트워크 자료 제공
      파주 30개 단체·150여 시민, 운정호수공원에서 기후정의와 평화의 함성 울리며 행진하는 모습
      <시민네트워크 자료 제공>


      기후위기가 거대한 국제적 의제에 머무는 동안에도 시민들의 일상은 이미 변하고 있다. 

      폭염은 길어지고, 집중호우와 같은 기상이변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파주에서는 이런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거리로 나왔다.

      지난 19일 파주 운정호수공원에서 열린 ‘919 파주기후정의행진’에는 파주시민네트워크를 비롯한 지역 30개 단체와 시민 150여 명이 참여했다.


      이번 행사는 서울·부산·광주·대구·제주 등 전국 18개 지역에서 동시에 열린 기후정의행진의 하나로 진행됐다. 경기도에서는 파주가 자체 행사를 마련해 지역의 환경 현안과 기후위기, 평화 문제를 함께 다뤘다.



      참가자들이 이날 던진 질문은 단순했다.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면, 우리가 사는 파주에서는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행사는 시민들의 자유발언으로 시작됐다. 30년간 한국에서 생활한 스티븐 씨를 비롯해 초등학생과 대학생, 공학박사 등이 무대에 올라 자신이 경험하고 바라본 기후위기와 사회적 문제를 이야기했다.


      특정 전문가의 일방적인 설명 대신 서로 다른 세대의 목소리를 한자리에서 공유했다는 점에서 시민 참여형 행사로서 의미를 더했다.


      본행사에서는 기후위기와 지역 현안을 연결한 다양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산업·인공지능 관련 프로젝트가 막대한 전력과 공업용수 수요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과 생태계에 미칠 영향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주 지역 현안도 빠지지 않았다.

      적성면 의료폐기물 소각장 건립 문제와 공릉천 생태 보전, 폭염 속 경비노동자의 노동환경 등이 주요 의제로 제시됐다. 기후위기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계층에 대한 보호 역시 기후정의의 중요한 과제로 거론됐다.


      김성대 파주시민네트워크 대표는 행사에서 기후위기가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과 환경적 부담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기후위기와 평화의 관계도 이날 행사의 주요 화두였다.

      참가자들은 최근의 전쟁 위기와 무기 지원 문제를 언급하며 환경과 평화가 서로 분리된 의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전쟁으로 인한 인명 피해뿐 아니라 환경 파괴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화공연도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한나의 연주와 시낭송, 가족풍물단과 난타팀 공연, 오케스트라 앙상블 등이 이어졌으며, 네팔 고산 빙하 붕괴 피해 지역을 돕기 위한 긴급 구호 모금도 진행됐다.

      행사의 마지막에는 참가자들이 운정호수공원 일대를 함께 걸었다.

      가족풍물단의 길놀이를 앞세운 행렬은 공원을 지나며 “지구를 불태우는 폭주를 멈춰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번 행진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기후위기를 하나의 환경 문제로만 바라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민들은 개발과 에너지, 폐기물 처리, 생태계 보전, 노동환경, 전쟁과 평화를 하나의 연결된 문제로 제시했다. 결국 기후위기의 피해가 특정 분야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건강과 안전, 생활환경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문제의식이다.


      919 파주기후정의행진 추진위원회는 “3개월 동안 준비한 추진위원과 자원봉사자, 30개 단체 회원과 시민들의 참여로 행사를 마무리했다”며 “앞으로도 파주에서 기후정의를 위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지속 가능한 실천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기후위기를 막연한 미래의 위험으로만 이야기하기에는 이미 시민들이 체감하는 변화가 적지 않다.



      그래서 이날 파주 시민들이 던진 메시지는 거창한 구호보다 현실에 가깝다.

      무엇을 개발할 것인지뿐 아니라, 무엇을 지키면서 살아갈 것인지 함께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운정호수공원에서 시작된 150여 시민의 행진이 일회성 캠페인을 넘어 파주의 개발과 환경정책을 둘러싼 지속적인 시민 논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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