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발생한 파주 전역의 17만 세대 대규모 단수 사태가 발생한 지 벌써 2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46시간 동안 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고통을 겪었던 시민들에게 돌아온 것은 아무것도 없다. 놀랍게도 파주시는 아직까지 기본적인 피해 조사조차 착수하지 않았다. 이는 단순히 행정의 속도가 느린 것이 아니라, 파주시의 행정 자체가 사실상 '사망'했음을 선포하는 처참한 성적표다.
행정이 죽어 있다는 증거: 2개월간의 멈춰버린 시계
재난이 발생하면 행정은 즉각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보상 체계를 가동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파주시는 "K-water의 보상안이 나와야 한다"는 핑계 뒤에 숨어 뒷짐만 지고 있다. 2개월이라는 시간은 피해 사실을 증명할 자료들이 흩어지고, 소상공인들의 영업 손실 증빙이 어려워지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피해 조사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은 시민의 고통을 기록할 의지조차 없다는 뜻이며, 이는 곧 시민을 향한 행정 서비스의 포기를 의미한다. 시민들이 목이 타들어 갈 때 행정은 서류더미 뒤에서 책임 회피의 논리만 만들고 있었던 셈이다.
지역구 국회의원 윤후덕·박정, 그들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 사태에서 파주시의 무능만큼이나 뼈아픈 대목은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침묵'과 '무책임'이다. 파주의 민생을 책임진다는 윤후덕, 박정 의원은 파주시 행정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시민들이 각자도생할 때 도대체 무엇을 했단 말인가.
국회의원은 지자체가 감당하지 못하는 중앙 정부 및 공공기관(K-water 등)과의 갈등을 해결하고, 시민의 권익을 대변하는 선봉장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파주시의 행정 실패를 꾸짖기는커녕, 사태 해결을 위한 강력한 정치적 압력조차 행사하지 않았다. 국회의원은 선거 때만 시민의 종이 되는 존재인가. 시민의 삶과 직결된 상수도 재난 앞에 무기력했던 두 의원 역시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라도 시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하고,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과 강력한 보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고준호 도의원의 용기 있는 외침, 죽은 행정을 깨우는 경종
모두가 침묵하고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할 때, 고준호 경기도의원이 파주시청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의 총체적 행정 실패를 직격한 것은 대단히 용기 있는 행보다. 고 의원은 파주시가 책임을 피하기 위해 '재난'을 '사고'로 축소한 비겁함을 낱낱이 파헤쳤으며, 무너진 컨트롤타워와 부실한 현장 대응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죽어버린 파주 행정을 향해 "행정이 사실로 답하지 않는 것은 실패"라고 일갈하며 선보상을 요구한 그의 목소리는, 17만 단수 가구의 울분을 대변하는 단비와도 같았다.
이제 시민과 시민단체가 죽은 행정을 바로잡아야 한다
행정이 스스로 깨어나지 못한다면, 주권자인 시민이 직접 깨워야 한다. 이제 파주의 시민단체와 깨어있는 시민들이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파주시가 피해 조사를 거부한다면 시민들이 직접 피해 사례를 수집하고, 정치인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목소리를 높여 그들을 움직이게 해야 한다. 잘못된 행정을 묵인하는 것은 또 다른 행정 참사를 부르는 방조와 같다.
파주시는 지금 당장 피해 조사에 착수하고, 고준호 의원이 제안한 대시민 사과와 즉각적인 선보상 방안을 이행하여야한다. 또한 윤후덕, 박정 의원은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이번 행정 실패를 방치한 것에 대해 사죄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여라. 시민의 갈증은 해소되었을지 모르나, 무능한 행정과 정치권에 대한 분노의 갈증은 이제 막 시작되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