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9기 손배찬 파주시장이 취임한 지 두 달여가 지났다. 시민들은 선거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선택했고, 이는 단순히 수장만 바꾼 것이 아니라 시정의 철학과 방향을 새롭게 하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새로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책뿐만 아니라 이를 실행하는 조직 역시 동일한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현재 파주시 일부 핵심 보직은 전임 김경일 시장 시절 임용된 기관장과 간부들이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소통홍보관을 비롯해 파주청소년재단 대표이사, 파주도시공사 사장, 자원봉사센터 소장 등이 대표적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들이 임용 당시 지역 연고나 전문성 면에서 아쉬운 평가를 받기도 했으나, 전임 시장의 시정 철학을 공유하며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명분으로 임명되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문제는 민선 9기 출범 이후다. 현 시정과 시정 철학 및 추진 방향이 달라진 상황에서, 임기 등 법적 계약기간만을 이유로 거취를 결정하지 않는 모습에 대해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다. 시정 방향과의 간극을 인지하면서도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시정 쇄신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반면, 공직자의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며 물러난 사례도 있다. 지역 정세에 밝고 실무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최만영 파주웰빙마루 대표와 김영준 전 파주시 국장(전 파주문화재단 대표)은 법적 임기가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 시정의 안정적인 출범을 위해 용퇴를 결정했다. 개인의 임기보다 파주시의 미래와 조직의 화합을 우선시한 이들의 결단은 지역사회에서 귀감이 되고 있다.
행정 현장에서는 일부 보직자의 거취 문제로 인해 시장과 책임자 간 정책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못하면서, 시장이 실무 간부들과 직접 소통하는 등 행정 효율성이 저하되는 현상도 감지된다. 이러한 구조가 지속될 경우 책임 행정 체계가 약화되고 그 부담은 결국 시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은 개인의 경력이나 지위를 위한 공간이 아닌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곳이다.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 못지않게 공공성과 책임감이라는 가치 역시 엄중히 다루어져야 한다.
지금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무조건적인 자리 지키기가 아닌 파주시의 차질 없는 도약이다. 임명 당시의 명분과 현재의 시정 방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자신의 거취가 파주시 발전에 어떤 선택이 될지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공직의 가치는 권리가 아닌 책임에서 나온다. 대승적 결단이야말로 시민에 대한 마지막 책무이자 후배 공직자들에게 기억될 모습이다. 고기석 발행인 koks7@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