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소통을 잘하는 시장'이라 자평하는 김경일 파주시장의 시정 홍보와 현실의 괴리가 멀어 보인다. '용주골'의 깊어지는 갈등, 파주시요양원협회의 대화 요구, 뇌조리 요양원 과다 설립에 대한 마을주민들의 목소리, K리그2 승격 관련 정책토론회 등에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김 시장은 2023년부터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강력히 추진하며 "범법자와는 대화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3년간 1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도 여전히 60여 명의 종사자가 남아있고, 최근 강제집행 과정에서는 미수에 그쳤지만 극단적 선택 시도까지 발생하는 등, 일방적 폐쇄 정책은 파주시의 이미지만 추락시킨 채 사실상 실패의 수순을 밟고 있다고 봐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김 시장이 내세우는 '소통'의 이중성이다. 주 2회 '찾아가는 이동 시장실'을 운영하며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소통시장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지만, 정작 가장 절실한 대화의 자리는 외면해 왔던 것이다. 갈등의 최전선에 있는 이들의 절규에는 귀를 닫고 있다. 이는 소통이 아닌,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는 '선택적 홍보'에 불과하다.
'폐쇄 후 요양원과 파크골프장 건립'이라는 청사진 역시 불통의 산물이다. 그 땅에 뿌리 내리고 살아온 이들의 목소리가 철저히 배제된 계획은 또 다른 갈등만 야기할 뿐이다. 성매매 여성들에게는 최소한의 생존 대책을, 주민들에게는 마을 발전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비전을 제시하고 대화로 풀어갔다면 이미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결과 이전에 과정의 정당성을 묻는다. 목적을 정해두고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행정은 시민을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 전락시키며, 이는 폭력에 가깝다. 김 시장이 자랑하는 '이동 시장실'을 두고 세간에서 "이장이 할 일을 시장이 하며 격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민의 사소한 민원을 해결하는 '이장'의 역할이 아닌, 용주골과 같은 무거운 사회적 갈등을 '대화'로 풀어내는 것이 선출직 시장의 진정한 책무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소통은 듣기 편한 목소리가 아닌, 가장 듣기 불편하고 아픈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데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대화의 문을 열고 갈등 당사자들과 마주 앉아 인내와 경청의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시민이 선출한 시장의 마땅한 책무이다. 성급한 밀어붙이기가 아니라 포용의 리더십만이 파주시를 진정으로 통합할 수 있다.
인내와 소통이 미천한 그런 시장에게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있게 해서도, 추후 그런 자리를 만들어 줘서도 안된다. 그런 지도자가 있는 파주시민은 불행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