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의 숙원사업인 '파주메디컬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지난 20일 착공에 들어갔으나, 핵심 시설인 대학병원 유치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이 강행되면서 '앙꼬 없는 찐빵'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주시는 이날 서패동 일원에서 김경일 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착공식을 열고 1조 6천억 원 규모의 본격적인 사업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이번 착공은 클러스터의 핵심인 종합병원을 유치하지 못한 채, 파주도시관광공사가 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 주도로 부지 조성과 공동주택(아파트) 건설을 먼저 시작하는 것이어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당초 이 사업은 최종환 전임 시장 시절 아주대학교병원과 MOU를 체결하며 기대를 모았으나, 아주대 측이 사업을 포기하며 원점으로 돌아갔다. 파주시는 올해 하반기 종합병원 공모를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입주 의향을 밝힌 상급 종합병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자 지역사회에서는 주객이 전도됐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시민 최모씨(55·운정동)는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아파트가 아니라 제대로 된 대학병원"이라며 "병원유치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SPC를 만들어 아파트부터 짓는 것은 개발이익을 우선하는 '대장동 방식'과 무엇이 다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경일 시장의 행정력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김 시장이 '160여 차례 이동 시장실' 등 현장 민원 청취에만 몰두한 나머지, 정작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핵심 숙원사업 해결에는 무능함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파주시는 국립암센터 미래 혁신센터 유치 등을 성과로 내세우고 있으나, 파주시민의 염원인 상급 종합병원 유치가 불투명한 상태로 막대한 사업비가 투입되는 도시개발사업이 우선 추진되면서, 사업 본질이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고기석 기자 koks7@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