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긴장을 상징했던 공간에 예술이 들어왔다.
유사시 시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마련된 임진각 민방위 대피소가 이제는 분단의 기억과 평화의 의미를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생각하는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활용된다.
파주시는 지난 23일 임진각 민방위 대피소에서 상상청연합(연합청장 윤상규) 주관으로 특별기획전 ‘평화는 머무는가?’를 열고 ‘문화플랫폼’ 개관을 알렸다.
이날 개관식에는 최유각 파주시의회 의장, 조성환 파주문화재단 대표, 김순현 경기도의원 등 지역 문화예술과 의정 관계자들이 참석해 새로운 문화공간의 출발을 함께했다.
이번 문화플랫폼의 가장 큰 특징은 공간의 의미를 바꿨다는 데 있다.
민방위 대피소는 위급한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장소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공간에 예술을 들여놓아 ‘지켜내기 위한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는 평화를 생각하는 공간’으로 활용 범위를 넓혔다.
개관과 함께 마련된 특별기획전은 11월 30일까지 무료로 진행된다.
전시는 세 가지 주제로 이어진다. 1부 ‘기억의 통로’에서는 분단과 과거의 기억을, 2부 ‘생존과 일상’에서는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3부 ‘평화의 미래’에서는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갈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파주 지역 작가를 비롯해 외부 및 초청 작가들이 참여하며, 전시 기간에는 영화 상영과 작은 공연 등 문화 프로그램도 수시로 진행된다.
특히 임진각을 찾는 관광객에게 문화플랫폼은 기존 관광 동선과는 다른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평화누리를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고 대피소라는 공간에 남아 있는 역사적 의미를 예술 작품과 함께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귀순 파주시 행정안전국장은 민방위 대피소가 단순히 전시를 보는 장소를 넘어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머물며 분단의 역사와 평화의 가치를 체감하는 문화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임진각은 분단의 현실과 평화의 염원이 함께 존재하는 장소다. 그 안에 있던 대피소가 예술을 만난 것은 공간 하나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과거의 기억을 간직하면서도 시민들이 오늘의 평화와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는 의미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