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참 많은 일이 있었네요. 이제는 그 이야기를 가족에게 남길 수 있게 됐습니다.”
파주시 어르신들이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인생을 직접 기록하고 가족과 추억을 나누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파주시는 ‘2026년 상반기 어르신 인생노트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단순히 글을 쓰는 프로그램을 넘어 어르신들이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정리하며 앞으로의 노후까지 주체적으로 설계하도록 돕는 데 의미를 뒀다.
“잘 살아온 날들, 잘 살아갈 날들”…13주 동안 인생을 기록하다
파주시노인복지관에서 지난 5월 22일부터 8월 14일까지 13주간 진행된 이번 프로그램의 주제는 ‘잘 살아온 날들, 잘 살아갈 날들’이었다.
참여 어르신들은 유년기와 청년기, 가족과 함께했던 순간 등 자신의 인생에서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과 사진, 다양한 기록물로 정리했다.
특히 이번 사업에서는 기존의 글쓰기 방식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했다.
어르신들은 AI 글쓰기와 이미지 생성 기능을 활용해 자신의 기억을 그림일기 형식의 자서전으로 만들어냈다.
오래 간직해온 사진을 AI 영상으로 복원·제작하는 과정도 진행됐다.
빛바랜 사진 속 가족과 젊은 시절의 모습이 다시 생생하게 살아나면서, 참여 어르신들에게는 지나간 시간을 다시 만나는 특별한 경험이 됐다.
AI가 대신 써준 인생이 아니라, 어르신이 직접 써 내려간 인생
이번 사업의 가장 큰 의미는 AI 기술 자체에 있지 않다.
AI는 도구였고, 이야기의 주인공은 어르신 자신이었다.
어르신들은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고, 어떤 순간을 기록할지 선택하고, 그 이야기를 직접 표현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살아온 삶의 의미를 다시 발견하고 가족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하나의 기록으로 남겼다.
단순한 디지털 교육을 넘어 어르신의 자기표현과 정서적 회복, 가족 간 소통을 돕는 새로운 형태의 노인복지로 평가되는 이유다.
삶의 마지막까지 스스로 준비하는 ‘웰다잉’
이번 사업은 지나온 삶을 기록하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참여자들은 서울시립승화원을 찾아 자연장 등 선진 장례문화를 직접 살펴보고, 품위사(웰다잉) 특강을 통해 존엄한 삶의 마무리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의 사진관에서는 장수 사진도 촬영했다.
이는 단순히 기념사진 한 장을 남기는 것을 넘어 자신의 노후를 당당하고 주체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으로 마련됐다.
파주시, ‘기억을 존중하는 복지’로 한 걸음 더
참여 어르신들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기록하고 표현하는 주체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높은 만족감을 보였다.
파주시 역시 이번 사업을 통해 AI와 같은 첨단 디지털 기술이 어르신들의 문화적·정서적 욕구를 충족하고, 자기표현과 가족 간 소통을 돕는 새로운 노인복지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우은정 노인장애인과장은 “어르신 인생노트사업은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그 의미를 스스로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어르신들께서 자신의 삶을 더욱 소중하게 바라보고 노후도 주체적으로 준비하실 수 있도록 돕는 뜻깊은 사업”이라며 “앞으로도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삶이 존중받고, 소중한 기억이 따뜻한 기록으로 남을 수 있도록 다양한 맞춤형 노인복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어르신에게 필요한 복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르신의 삶 자체를 존중하는 복지’가 무엇인지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AI가 빠르게 일상으로 들어오는 시대, 파주시는 그 기술을 어르신들의 삶과 기억을 기록하고 가족에게 전하는 따뜻한 도구로 활용했다.
누군가에게는 한 권의 자서전이, 누군가에게는 한 편의 영상이 된 이번 인생노트가 한평생 살아온 어르신들의 소중한 삶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기록으로 남을 전망이다.